"크왕."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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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에서 느긋하게 자는 아이 l 질문을 받으면 질문을 돌려주는 아이 l 화내지 않는 아이

조용히 생각하는 아이 l 뭐든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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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경쟁이나 성장에 대한 갈망은 아이와는 한참 동떨어진 단어다. 개울에 흐르는 물줄기처럼 아이는 요란하지 않게 다만 꾸준히 흘러가기만 할 뿐이다. 잠깐 고여도 조바심 내지 않고 풍경을 구경하며 잠든다. 언젠가 다시 흐를 거라 믿기 때문이 아니라, 흐르든 말든 아무래도 상관 없기 때문에. 아이는 모든 뚜렷한 욕망과 멀리 떨어져있다. 언제나 차분하게, 태연하게, 느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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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수가 없고 사람과의 교류를 꺼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걸어진 대화에는 성실하게 임하며, 상대방에 대한 정보는 아닌 것처럼 보여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다. 가끔 그때의 하늘색이나, 입고 있었던 신발끈의 매듭 모양같은 사소한 것까지 기억해서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정보 중 중요성의 무게를 자기 의지로 구분해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쉼없이 물어오기도 한다는 점이 의외면서도 성가신 면이다. 비단 입으로 하는 대화만이 아니더라도 아이는 늘 누군가에게 혹은 무언가에게 말을 걸고 있다. 빤히 관찰하는 시선은 아이가 나름대로 하는 또다른 교류 방법 중 하나다. 상대방이 부담을 느껴 자리를 피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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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없진 않지만 소리 높여 표현하는 일은 별로 없다. 외력으로 잃거나 막힌 게 아닌 본래 그런 표현이 자연스러운 쪽. 상대방에게 고마울 땐 기쁜 표정과 들뜬 목소리로 표현하는 대신 상대방이 낯뜨거워질 것 같은 감사의 말들을 차분하고 덤덤하게 필터링없이 쏟아낸다.

본인은 타격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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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인 선택보단 신중한 선택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렇게 엄격한 원칙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하거나, 다수가 그러길 바라는 경우 등 별로 생각하지 않고 따라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감정적으로 무언가에 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사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고개만 갸웃거리는 인형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가끔식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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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 혹은 제 처지에 관한 무관심. 아이는 뚜렷하게 자기 의지를 세우는 일이 별로 없다. 내가 그랬으면 좋겠어? 상대방에게 되묻고, 금방 따랐다. 배려나 순종같은 개념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자신은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 기왕이면 한 사람이라도 그걸 바라는 게 있는 쪽이 낫다는 생각이다.